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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영만월(豊盈滿月), 도자의 혼이 불꽃으로 피어나다

HEART뉴스 기자 입력 2026.07.08 10:50 수정 2026.07.08 12:33

지난 7일, 경북 고령군에서는 「경상북도 무형유산 사기장 공개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전통문화 체험행사가 아니었다. 흙과 불, 그리고 장인의 혼이 만나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행사는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백영규 보유자의 뒤를 이어 김천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김대철 이수자의 전통 발물레 시연과 달항아리 유약 시유 과정이 펼쳐졌다.


발물레 위에서 흙은 살아 움직였다. 장인의 손끝을 따라 흙은 조금씩 형태를 갖추었고, 마침내 넉넉한 품을 지닌 달항아리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마치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바라보는 듯 경이로웠다.


채은진 사회자는 달항아리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흙을 빚고, 깎고, 말리고, 초벌을 거친 후 유약을 입혀 다시 가마에 넣는다. 그리고 꼬박 하루가 넘도록 불을 지펴야 비로소 눈처럼 희고 달처럼 풍성한 달항아리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 긴 기다림과 인내는 장인의 삶과도 닮아 있었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전통 장작가마 점화식이었다. 백영규 보유자는 먼저 정안수를 가마 위에 올렸다. 이는 가마의 신과 불의 신에게 도자기가 무사히 구워지기를 기원하는 전통 의식이다.


이어 내빈들이 점화봉을 들고 가마 앞으로 나섰다. "하나, 둘, 셋!" 구령이 울려 퍼지자 점화봉 끝에서 피어난 불꽃이 장작에 옮겨 붙었다. 순간 정적에 잠겨 있던 가마가 생명을 얻은 듯 붉은 숨결을 내뿜기 시작했다.


밖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가마 안에서는 희망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행사 사회자는 이 순간을 "풍영만월(豊盈滿月)"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득하고 풍성하여 가득 찬 달이 되었다."


달항아리가 상징하는 넉넉함과 풍요로움, 그리고 장인의 정성과 염원이 모두 담긴 말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사라져 가는 전통 도자의 맥을 잇기 위해 후학을 양성하고, 전통 장작가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쉼 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사람의 장인이 아니라 도자의 역사 그 자체를 보는 듯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침의 폭우는 사라지고 가마 속에서는 새로운 달항아리를 품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날 기자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히 도자기를 굽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흙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었고, 전통이 미래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으며, 한 평생 도자의 길을 걸어온 장인의 혼이 불꽃으로 피어나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 불길은 오늘도 김천 도자의 역사와 정신을 담아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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